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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MISSION LETTER ROMANTIC MAP · 02

낭만의 지도 · 02

노래가 실내악이 되는 순간

슈베르트의 여름과 피아노 5중주 《송어》

가수 한 사람이 부르던 노래는 어떻게 다섯 악기의 기억이 되었을까요. 익숙한 〈송어〉 선율이 악기 사이를 건너는 순간을 따라갑니다.

4악장이 시작될 때, 피아노 앞의 연주자는 손을 내려놓고 기다립니다.

피아노 5중주인데 피아노는 첫 문장을 연주하지 않습니다. 바이올린이 조용히 선율을 꺼내고, 비올라와 첼로, 더블베이스가 그 아래에 자리를 만듭니다. 우리가 〈송어〉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는 노래입니다. 하지만 가사는 들리지 않고, 가곡에서 물처럼 움직이던 피아노 반주도 아직 없습니다.

남아 있는 것은 선율뿐입니다.

그 선율은 잠시 뒤 피아노로, 비올라로, 첼로와 더블베이스로 옮겨 갑니다. 같은 노래인데 누가 들려주느냐에 따라 몸의 무게와 말투가 달라집니다.

한 사람의 목소리로 태어난 노래는 어떻게 다섯 사람의 음악이 되었을까요?

먼저 들어보기
피아노가 쉬고 현악기만 주제를 놓는 4악장의 첫 순간입니다.

20:38부터 듣기

《송어》는 처음부터 제목이 아니었습니다

프란츠 슈베르트의 피아노 5중주 A장조 D.667은 오늘날 《송어》로 불립니다. 그러나 슈베르트가 악보에 붙인 표제는 아닙니다.

1829년 출판된 초판에는 피아노·바이올린·비올라·첼로·더블베이스를 위한 ‘대5중주’라고 적혀 있습니다. 《송어》라는 이름은 4악장에서 슈베르트가 자신의 가곡 〈송어〉 D.550을 변주한 데서 굳어졌습니다.

이 구분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다섯 악장 전체가 송어의 움직임이나 물가의 풍경을 묘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노래와 직접 만나는 곳은 4악장입니다. 나머지 네 악장은 물고기의 줄거리를 준비하거나 마무리하는 장면이 아니라, 다섯 악기가 자신들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독립된 음악입니다.

먼저 한 사람의 노래가 있었습니다

가곡 〈송어〉 D.550은 크리스티안 프리드리히 다니엘 슈바르트의 시에 붙인 노래입니다.

맑은 시냇물에서 송어가 빠르게 헤엄칩니다. 낚시꾼이 나타나지만 화자는 물이 맑은 동안에는 송어를 잡지 못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러자 낚시꾼은 물을 흐려 송어의 시야를 빼앗고 마침내 낚아 올립니다.

피아노의 빠른 여섯잇단음형은 맑은 물과 송어의 움직임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러나 물이 흐려지는 세 번째 연에서는 화성과 리듬의 표정이 어두워지고, 앞서 지속되던 피아노의 질감도 일시적으로 끊기며 달라집니다. 처음의 음악이 돌아와도 이야기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송어는 이미 잡혔습니다.

5중주에서 이 줄거리는 다섯 악기의 배역으로 옮겨지지 않습니다. 가사 없는 기악 변주에는 노래의 선율이 남고, 누가 그 선율을 이어받는지가 새로운 이야기가 됩니다.

1819년 여름, 노래가 다른 도시로 갔습니다

1819년 여름, 스물두 살의 슈베르트는 성악가 요한 미하엘 포글과 오스트리아 상부의 도시 슈타이어를 찾았습니다. 포글은 슈베르트 가곡의 중요한 해석자였고, 고향의 음악 애호가들에게 젊은 작곡가를 소개했습니다.

슈타이어는 슈타이어강과 엔스강이 만나는 도시입니다. 슈베르트는 편지에서 이곳 주변의 아름다움을 전했고, 현지에서는 그의 노래를 알고 연주하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오스트리아 슈타이어에서 두 강이 만나는 오늘날의 풍경
오늘날의 슈타이어. 슈타이어강과 엔스강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이 풍경이 특정 악장의 직접적인 영감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Photo: Palickap,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Resized from original.

슈베르트의 친구 알베르트 슈타들러가 1858년에 남긴 회고에 따르면, 음악 후원자 질베스터 파움가르트너는 〈송어〉 변주를 포함하고 훔멜 작품과 비슷한 편성의 5중주를 원했습니다. 현존 필사 파트가 그의 집에서 열린 사적 연주에 쓰였을 가능성은 크지만, 이를 확인할 당대 초연 기록은 없습니다. 정확한 작곡 날짜·장소와 첫 연주자도 확인되지 않으므로, 작품은 1819년경 쓰였다고 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포글의 소개로 슈베르트는 슈타이어의 음악 애호가들을 만났고, 파움가르트너의 요청은 5중주의 계기가 되었다고 전합니다. 슈타들러가 필사한 파트는 이 음악이 사적인 연주와 손으로 베낀 악보를 통해 유통되던 흔적을 남깁니다.

두 번째 바이올린 대신 더블베이스

오늘날 피아노 5중주라고 하면 흔히 피아노와 현악4중주, 곧 두 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를 떠올립니다. 《송어》에는 두 번째 바이올린이 없습니다. 그 자리에 더블베이스가 있습니다.

PIANO
피아노
VIOLIN
바이올린
VIOLA
비올라
CELLO
첼로
DOUBLE BASS
더블베이스
현대의 더블베이스 연주자가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
현대의 더블베이스 연주 장면입니다. 사진 속 연주자는 이 글에서 소개하는 음반이나 영상의 연주자가 아닙니다. Photo: cottonbro studio / Pexels, Pexels License. Resized from original.

이 한 자리의 변화가 전체 음향의 가능성을 바꿉니다. 더블베이스가 가장 낮은 음역을 맡는 여러 대목에서 첼로는 중음역의 선율로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피아노도 두꺼운 저음을 계속 담당하기보다 높은 음역에서 빛나는 움직임을 만들 여지를 얻습니다. 실제 균형은 악기와 연주 방식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 편성의 핵심은 역할의 균등 배분보다 음역의 재배치에 있습니다. 더블베이스가 저음을 맡는 동안 첼로가 중음역의 선율로 움직이고, 피아노가 그 위에 빠른 움직임을 더하는 대목을 들어보세요.

1악장 — 저음 위로 첼로가 떠오를 때

1악장 Allegro vivace. 강한 A장조 화음 뒤에 피아노가 위로 번지는 아르페지오를 연주합니다. 빠른 악장인데도 음악은 처음부터 서두르지 않습니다. 잠시 공간을 살핀 뒤 피아노가 첫 주제를 꺼내고, 여러 악기가 노래하는 선율을 이어 갑니다.

더블베이스가 저음을 붙잡는 동안 첼로는 선율로 올라오고, 피아노의 높은 옥타브는 현악 위에 밝은 층을 만듭니다. 넓은 음향은 음표의 수보다 각 악기가 차지하는 음역의 간격에서 생깁니다.

2악장 — 조성이 바뀌어도 흐름이 이어질 때

2악장 Andante. 피아노가 친밀한 선율을 시작하고 곧 바이올린이 응답합니다. 비올라와 첼로의 중음역은 그 안쪽을 채웁니다.

새 악상이 나올 때마다 조성과 음역이 바뀌지만 선율의 호흡은 크게 끊기지 않습니다. 같은 재료가 다른 조성에서 돌아올 때, 비올라와 첼로의 중간 성부가 화음의 방향을 바꿉니다.

3악장 — 낮은 음이 속도를 붙잡을 때

3악장 Scherzo: Presto. 앞의 두 악장에서 넓게 흘렀던 시간이 갑자기 압축됩니다. 짧은 악센트에 다섯 악기가 함께 반응하고, 피아노는 때로 선율 악기보다 타악기처럼 박자의 모서리를 세웁니다.

더블베이스의 낮은 음이 짧고 분명하게 놓일 때 박동은 처지지 않고, 첼로와 비올라는 그 위에서 가볍게 움직입니다.

4악장 — 누가 이 노래를 기억하는가

4악장 Andantino. D장조의 주제를 바이올린이 먼저 들려줍니다. 피아노는 침묵합니다.

가곡 〈송어〉에서는 성악 선율 아래로 피아노의 빠른 음형이 거의 계속 흘렀습니다. 맑은 물과 송어의 움직임을 떠올리게 하는 소리입니다. 그러나 5중주의 첫 주제에서는 그 물결을 걷어 냅니다. 덕분에 우리는 반주에 익숙해지기 전의 선율 자체를 듣게 됩니다.

첫 번째 변주에서는 피아노가 선율을 받습니다. 높은 음역의 꾸밈음이 더해지면서 노래는 가벼워지지만, 현악기들은 단순한 반주로 물러나지 않습니다. 비올라가 흐름을 만들고 바이올린과 첼로가 짧은 움직임을 이어 줍니다.

두 번째 변주에서는 비올라가 주제를 맡습니다. 바이올린의 빠른 음계와 피아노의 또렷한 소리가 먼저 귀에 들어올 수 있지만, 노래의 중심은 그 사이의 비올라에 있습니다. 여기서 ‘주제를 가진 악기’와 ‘가장 잘 들리는 악기’가 반드시 같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세 번째 변주에서는 더 큰 반전이 일어납니다.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짧고 분명한 활놀림으로 주제를 함께 연주하고, 피아노의 빠른 32분음표가 그 위를 가득 채웁니다. 가장 낮은 두 악기가 선율을 기억하고 있지만, 가장 화려한 움직임은 피아노가 맡습니다.

선율이 온전한 문장을 잃을 때

네 번째 변주는 D단조로 갑자기 어두워지고, 주제는 완전한 선율보다 짧은 조각으로 흩어집니다. 가곡에서 어부가 물을 흐리는 장면과 평행하게 들을 수 있지만, 슈베르트가 이를 직접 묘사했다고 확정할 근거는 없습니다.

다섯 번째 변주에서는 B♭장조로 이동해 첼로가 Solo로 노래합니다. 피아노는 처음에 침묵했다가 들어와 첼로를 둘러쌉니다. 앞의 격렬함이 끝난 뒤라 선율은 처음보다 오래된 기억처럼 들립니다.

마지막에야 물결이 돌아옵니다

악보에는 다섯 개의 번호 붙은 변주 뒤에 Allegretto가 이어집니다. 이 종결부를 통상 제6변주로 세기도 합니다. D장조가 돌아오고 바이올린이 선율을 들려주며, 피아노에는 가곡의 빠른 물결 음형이 비로소 나타납니다. 마지막에는 바이올린과 첼로가 선율을 함께 연주합니다.

익숙한 반주 음형이 마지막에 돌아오면서, 여러 음역과 음색을 통과한 노래는 자신이 놓였던 물가를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변주는 누가 연주하느냐에 따라 같은 선율의 무게가 달라지는 과정입니다.

5악장 — 노래의 결말이 아니라 합주의 귀환

5악장 Allegro giusto. 가곡의 사건을 이어 가지 않고 새로운 박동으로 출발합니다. 피아노와 현악은 짧은 동기를 빠르게 교대하고, 더블베이스는 낮은 음으로 속도를 붙잡습니다. 이 피날레는 송어가 자유를 되찾는 장면이 아니라, 작품이 다시 다섯 악기의 실내악으로 돌아왔음을 들려줍니다.


손과 숨 — 긴 울림과 짧은 울림 사이

이번 호의 전곡 영상으로는 Schubert Ensemble의 2018년 Wigmore Hall 실황을 골랐습니다. 해설 없이 다섯 악장 전체를 들을 수 있고, 다섯 연주자가 서로를 바라보며 다음 문장을 건네는 모습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으면 YouTube에서 공식 전곡 공연을 바로 들을 수 있습니다.

먼저 4악장이 시작되는 20:38부터 들어보세요. 피아노가 쉬는 동안 현악기만으로 주제가 얼마나 담백하게 놓이는지, 그리고 피아노가 들어온 뒤 공간의 밝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들을 수 있습니다.

현대 그랜드피아노의 긴 울림은 현악과 풍성하게 섞이지만, 비올라와 첼로의 중음역을 덮을 수도 있습니다. Steven Lubin과 Academy of Ancient Music Chamber Ensemble의 시대악기 음반에서는 포르테피아노의 음이 더 빨리 사라져 성부의 경계가 더 선명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이는 1819년의 소리를 완전히 복원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차이는 우열보다 청취의 초점에 있습니다. Schubert Ensemble에서는 울림이 섞이는 시간을, Lubin 음반에서는 성부가 갈라지는 순간을 먼저 들어보세요.

3분 안의 귀의 지도

Schubert Ensemble 공식 전곡 영상 기준

23:28–24:18 · 낮은 곳에 숨은 선율

피아노의 빠른 움직임보다 첼로와 더블베이스가 활로 짧게 연주하는 주제를 따라가 보세요. 가장 화려한 악기와 주제를 가진 악기가 다릅니다.

이 지점부터 듣기 →
27:30–28:44 · 물결의 귀환

피아노의 빠른 음형이 돌아오고 바이올린이 주제를 들려줍니다. 마지막에는 첼로도 선율을 이어받습니다. 이제 한 악기의 소유로 들리지 않습니다.

이 지점부터 듣기 →

전곡과 비교 음원

공식 전곡 영상

Schubert Ensemble
Wigmore Hall, 2018. 다섯 연주자의 시선과 호흡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전곡 공연 보기
기준 음반

András Schiff · Alois Posch · Hagen Quartet
악기 사이의 균형과 풍성한 울림을 따라가기 좋습니다.

DG 공식 페이지
시대악기 비교

Steven Lubin · AAM Chamber Ensemble
짧게 사라지는 포르테피아노의 음이 성부의 경계를 드러냅니다.

Decca 공식 페이지

오늘의 질문

오늘 4악장에서 가장 오래 남은 악기를 하나 골라 보세요. 가장 크게 들린 악기보다, 익숙한 선율의 무게를 가장 크게 바꾼 악기입니다.

그 악기가 선율을 맡았을 때, 당신은 무엇을 새로 들었나요?

공개 참고 자료와 사진 권리 보기
  1. G. Henle Verlag — Schubert Quintet D.667 비평판 서문
  2. Bärenreiter / New Schubert Edition — D.667 서문
  3. 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 — D.667 작품 기록
  4. Österreichische Nationalbibliothek — 1829년 초판 기록
  5. Library of Congress — Schubert holograph manuscripts, D.550
  6. Los Angeles Philharmonic — Piano Quintet “The Trout”
  7. Schubert Ensemble 공식 영상 아카이브
  8. Palickap / Wikimedia Commons — 슈타이어, CC BY-SA 4.0
  9. cottonbro studio / Pexels — 더블베이스 연주 사진